유명한 일본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한다.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왜 혐오스럽다는 것일까?'이었다. 주인공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의 시작 이후 줄곧 내리막이며 점점 더 불행해진다. 작가는 왜 이렇게까지 그녀의 일생을 망쳐 놓으며 이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1. 마츠코의 심리 분석
마츠코의 성격은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 영화 속의 마츠코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편이며 충동을 참지 못하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상하게도 남자들에게 계속해서 배신당하면서도 남자들에게 맹목적이다 싶을 만큼 의존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그녀의 이런 성격은 성장 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녀에게는 아픈 여동생 '쿠미'가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쿠미만 유독 귀여워하고 아껴주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꼈던 마츠코는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아버지를 웃게 했고, 사랑받는 것에 집착하면서 자존감 낮은 성격으로 자랐다.

너무 이런 표정을 지으며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버릇이 된 것일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곤란해지면 자동으로 이 표정을 짓게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장난치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2. 불행의 끝은 어디에...
마츠코는 20대 초반에 중학교 교사로 일할 정도로 당대 여성으로서 상당히 엘리트였다. 얼굴도 예쁘고 노래 솜씨도 좋은 그녀에게 관심을 두는 남자도 있을 정도로 한때는 잘 나가던 그녀였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점점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류'는 어찌 보면 그녀의 불행이 시작되게 만든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이다. 마츠코는 '류'가 수학여행에서 돈을 훔친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류가 훔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자 그 사건을 무마하고자 그녀는 가게 주인에게 자신이 훔쳤다고 둘러댄다. 일은 꼬여버리고 류는 끝까지 훔친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국 그녀는 학교에서 문책당하다가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확실히 그녀의 충동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바보 같다고나 할까.
이후 그녀는 집에서도 가출하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해 작가 지망생인 '야메카와'라는 남자와 동거하며 생활하는데 맨날 매 맞기 일쑤였다. 그러다 그가 자살한 이후 '백야'라는 성인업소에 입사하고 매춘을 시작한다. 매춘 생활을 하며 한때 돈도 많이 벌었지만 어느 순간 '백야'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녀 역시 후배들에게 밀려 결국 그만두게 된다. 이후에도 방황은 계속 이어진다. 기둥서방이었던 남자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점점 더 그녀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간다.
교도소에서 출소 후 미용사 일을 하면서 잠시 안정을 찾는 듯 보였으나, 어느 날 성인이 된 '류'를 우연히 만나며 또 일이 꼬여버린다. 그는 야쿠자가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마츠코의 일상도 위험해진다. 마츠코는 또 류에게 얻어터지는데 그녀가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맞아도 괜찮아, 혼자보단 나으니까."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의존적이고 나약하게 만들었을까. 정말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츠코는 류에게 버려지고 만다.
3. 혐오스러웠던 그녀의 마지막 순간
영화에는 '쇼'라는 마츠코의 조카가 등장한다. 그는 아버지(마츠코의 남동생)의 부탁을 받고 마츠코의 방을 정리하며 그녀의 삶을 되돌아보는 역할을 한다. 그녀가 살았던 집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몸이 심각하게 상한 '류'와도 만나 그의 뉘우침 가득한 말을 들으며 고모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알게 된다.
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고 한 마을에서 지내다가 움직이지도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점점 살도 찌고 외모도 망가지고 이상한 소리도 지르고 해서 '혐오스러운 마츠코'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알고 지냈던 친구 메구미가 그녀를 도와주려 하지만 마츠코는 가족도 있고 성공한 메구미에게 열등감을 느껴 한사코 거절한다. 마지막 순간 무엇인가 깨닫고 자신이 다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메구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그날 밤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허무하게 살해당한다. 이게 그녀 일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영화는 그녀의 삶을 철저하게 망가뜨리며 불행으로 몰고 갔지만,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고 베풀 줄 알았다. 그녀의 대사 중 '인생의 가치는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뭘 받았는지가 아닌 뭘 주었는가로 정해지는 거야'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끊임없이 배신당해도 사람을 믿고 따르며 사랑을 베풀었고, 그 때문에 그에게 등 돌렸던 사람들도 결국 그녀를 다시 찾게 된다. (류, 메구미, 동생 쿠미 등)
그녀의 바보 같고 이상한 성격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며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로 인한 마음 아픈 결과들이 안타까움으로 남았던 영화다.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안에 얼마나 많은 한이 담겨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마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평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났을 땐 '뭐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람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었지만, 필자의 절친은 그런 인생을 살게 된 그녀의 상황과 배경에 더 포인트를 맞추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곱씹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작품이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레커닝 - 마녀사냥 이야기 (0) | 2023.01.19 |
|---|---|
| 미씽: 사라진 딸 - 결말, 정보 (0) | 2023.01.16 |
| 내일의 기억 - 호불호 강한 미스터리 영화 리뷰 (0) | 2023.01.05 |
| 러브, 로지 - 돌고 돌아 우정에서 사랑으로 (0) | 2023.01.04 |
| 파라메딕 앙헬 - 당신의 애인이 당신을 감시한다면? (0) | 2023.01.02 |
댓글